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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ng Ji Hee 양지희                  

희년의 나팔을 풍경에 담다

도시는 성으로부터 기인하였고 최초로 성을 쌓은 사람은, 성서에 의하면, 아벨의 형 가인이다. 그가 인류 최초의 살인을 저질렀을 때,  신은 그에게 광야를 유리할 것을 명하였지만, 사람들에게 다칠 것을 두려워한 가인은 스스로를 위한 성을 지음으로 신을 버렸다. 인류의 도시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성은 유리하지 않으려는 인간의 욕망이다. 내일의 삶을 두려워하는 자들이 만든 견고한 돌무더기이다.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지켜 후대에 전하려는 삶의 양식이다. 성과 함께 시작된 인류의 역사는 유한한 인간들이 지닌 무한한 욕망의 충돌로 점철되었고 시간이 흐를수록 이는 더 심화되었다. 현대의 도시는 통제되지 않는 욕망들이 스스로를 신격화하여 사람들을 옥죄는 시스템과 형상들로 가득하다. 사람들은 지금 도시에 종속되어 사고를 멈춘 채, 관성처럼 움직이고 있다. 

유목Nomad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다. 이는 그릇된 욕망으로 점철된 정주로부터 탈주하려는, 견고한 체계의 돌무더기를 무너뜨리려는 각 개체들의 움직임이자 미세한 균열이다. 희년Jubilee은 이러한 자들이 광야로 달려나가는 외침소리이다. 도시는 흩어지고 무너지며 사로잡혔던 사람들은 본향으로의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땅도 인간의 욕망에서 벗어나 안식에 들어간다. 사람과 자연은 그렇게 같이 회복된다. 

더 이상 팽창할 수 없는 욕망의 발작과 몸부림으로 가득한 도시 한 가운데에서, 멀리 떠나는 여행자의 자그마한 발자국 소리가 나팔소리와 같은 울림이 되어, 도시의 공허를 메우고 누군가의 영혼에 가닿기를, 나는 이러한 소망의 소리를 그림에 담는다. 높고 깊고 멀게 흩어진 땅, 티벳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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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BILEE

2010 - present
2010 - pres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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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희 Yang, Ji Hee

홍익대학교 대학원 미술학 박사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졸업 및 동 대학원 석사
개인전 11회 외 단체전 다수
갤러리 창(서울.2002), 쉐마 미술관(청원2012), 엘도라도 리조트 (무안.2006), 오투 리조트 (태백.2008), 국립현대미술관(정부미술은행 2013, 미술은행 2019, 2020), TVS MOTORS(India,2013,2014) 외 개인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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